서진이의 숙제

보고 2022. 11. 6. 23:28

서진이가 주말에 숙제가 재미없다며 도와달라고 한다.
무슨 숙제야고 물었더니...
글쓰기 숙제란다.
보통 서진이는 글쓰기, 그림그리기 모두 좋아하는데... 왜 하기 싫으냐고 물었더니 주제가 너~무 재미없단다.
애초 주제가 '환경' '건강' '동물' 이었는데 선생님께서 '환경'이나 '건강'으로 주제를 정해주셨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은 건강으로 글을 쓰려고 하는데
글쓰기의 조건을 갖춰
문제제기 - 주장 - 그 이유를 적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읽는 책이 '이제는 질문이다'이기도 하고,
주장을 자연스럽게 스스로 이끌어 내는게 좋을 듯 하여 질문했다.
"서진아 서진이는 어떻게 살고 싶어?
행복하게 살고싶어서란 말을 기대하고 질문했는데,
'태어났으니 그냥 산다'란 시크한 답변으로 대답한다.
어렵게 유도하니 '공부는 하기 싫다. 친구들과 놀거나 재밌는건 좋다'란 답변까지 이끌어냈다.
그래서 '몸이 아프면 재밌는것도 못하고, 아파서 재미있던 것도 없어진다'고 알려줬다.
그래서 태어나서 사는데 잘 살고 싶어도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말도 해줬다. 삶의 질이 와닿지 않을 듯하여 사는데 재밌는 것도 없고 하면 어떨지... 잠깐 생각을 하도록 시간까지 주었다.
보통 이 정도 하면 본인 생각을 나름 줄줄 써내려가던 서진이가 정말 하기가 싫었는지... 그리 대화를 했는데도 글쓰기 시작을 못한다.
그래서 불러주기 시작했다.
"현대 사람들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많은 병에 걸립니다. 그 이유는 냉동식품,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시간이 걸려도 제철 재료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잘 받아쓰던 서진이는 왜냐하면... 부터 밍기적 거리며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왜?"
"음.... 이유가 좀... 그런데..."
"그럼 단순하게 갈까?... 그래야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표정이 밝아지면서 언능 받아 쓴다.
우리딸~^^ 숙제를 받아적어 가더라도 주관은 확실하다.

우리 둘째는 참 명쾌하다.
내가 많이 배워야할 점이다.
오늘도 또 우리 둘째에게 한 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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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