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간

읽고 2022. 12. 18. 11:12

초라하고 눈부신 어떤, 인간 아거 2022 KONG

사축(社畜)이란 말처럼 회사의 부속품으로 쉽게 '변신'하는 인간이지만 적어도 자신과 주변 사람에 대한 존중은 잃지 말아야겠다. 뭐가 우선인지, 무엇이 내 인생을 좌우하는지 정도는 분별할 줄 알아야겠다. 그렇지 않다면 생은 그 의미를 잃을 테니까. 인간으로 태어나 벌레로 죽은 그레고르처럼 말이다.(p46)

생(生)과 멸(滅) 사이를 자유의지로 채워 넣는 행동이나 세파에 휘둘리며 살면서도 한 줌의 자유의지로 뭔가를 욕망하며 몰두하는 행위는 어쩌면 삶의 본령(本領)인지도 모른다. 비록 증오와 파괴, 파멸로 채워지기도 하고 욕망이 광기와 집작으로 변해 삶을 파괴할지라도...  때로는 미쳐야 산다.(p81)

희망의 유혹은 나이가 든다고 사라지는게 아니다.... 삶이 끝나는 와중에도, 삶을 체념하고 포기하는 가운데에서도, 빌미만 주어지면 희망이 아닌가 하며 마음이 흔들리는게 인간이다. 미혹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참담하고 무참하지만 그게 죽기 전까지 희망을 기대하고, 무언가를 욕망하는, 인간이 받는 천형(天刑)인지도 모르겠다. (p87)

길을 잃어버리는 건 매혹이다. 지금과 전혀 다른 곳에서, 평생 만나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전혀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한다는 건 강렬한 유혹이다. 그럼에도 길 잃기를 주저한다. 지금 가진 것도 지키지 못하고 낭떠러지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근심이 이탈을 망설이게 한다. 매혹과 주저 사이에 끼어 있다.

길 잃기. 낯선 곳에서 헤매기.   더도말고 딱 한 번만 해봤으면.... 그렇게 욕망한다, 인간이니까 (p95)

자기 삶의 책임은 자기가 진다. 하지만 책임지지 못할 것까지 책임져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물러나야 한다. 때론 싸우기도 해야 한다. 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삶을 놓아버리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러섬도, 싸움도 도망도 결코 쉽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 어떻게든 삶을 유지하려고 아등바등 살지 않나?.... 삶에는 전기(轉機)가 필요할 때가 있다. 전환점은 느닷없이 닥쳐오기도 한다.... 어쩌면 나에게도 전기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뭐라도 해야 불안함을 떨쳐내는 삶은 궁핍하기 그지없으니까. 해찰하며 때론 무의미한 일도 하면서 살고 싶다. (p125)

"예상과 달리 도망갈 길이 없어.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야."  저 말처럼 인생이란, 일상이란, 도망가지 못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상은 쉽게 변하지 않고, 즐거운 순간도 한때다. 어쩌면 그 순간을 지나쳐 다시 일상으로 내 본 모습으로 돌아와야 하기에 허전한지도 모르겠다.... 그럴때 생각한다. 지금 여긴 어디고 난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렇게 때때로 어디에 어떻게 있는가를 자문한다.... 대부분의 '어디'는 대체로 삶의 방향을 잠시 잃거나 스스로가 낯설어질 때 느끼는 심정이고, '어떻게'는 그 느낌을 살펴보고 들여다보는 내 마음자리다....잘 가고 있다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불현듯 의문이 든다. 잘살고 있다고 가장(假裝)하면서 살아온 건 아닐까.(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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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장 이후 두 번째 아거님의 책이다

첫 번째 책에서 '문장을 탐하다'란 표현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두 번째 책을 읽으면서 그 모든 것이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어떤, 문장에서는 작가의 명필(?)에 대한 부러움을 보았다.

같은 마음이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데도 서툴고 글을 잘 쓰지 못하는 내 입장에선 

그런 생각들을 술술 진솔하게 드러내고 표현하는 작가가 오히려 부럽기만 하다

어떤, 인간에서는 작가의 인간에 대한 마음과 노력이 보였다.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자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

이 역시 같은 마음이다. 어떤 낱말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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